보청기에 대해서..

비싼 보청기도 훈련 안하면 무용지물

금강보청기 2009. 10. 22. 17:55
비싼 보청기도 훈련 안하면 무용지물

책상 서랍 속 애물단지, 보청기

▲ 서울 한 청각재활센터에서 노인성 난청환자가 보청기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김보배 객원기자

보청기는 진화를 거듭했다. 소리의 특징과 방향을 스스로 분석하여 꼭 필요한 방향에서 들리는, 꼭 필요한 소리만 들리게 할 정도다. 예전엔 불가능했던 TV나 라디오 같은 전자 소리도 듣게 하는 최첨단 제품도 최근 개발됐다.

그러나 기계가 아무리 좋아도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종우 교수는 “보청기 소리에 익숙해지려면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데, 이 과정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비싼 보청기만 사서 끼면 저절로 소리가 들릴 것이란 생각은 금물이며, 뇌졸중 마비 환자가 재활(再活) 훈련을 하듯 청력 재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청기를 꼈을 때 가장 괴로운 것은 웅웅거리는 소음이다. 예전에 듣지 못하던 소리가 들리는데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조용한 실내에선 그나마 괜찮은데 실외로 나가면 온갖 잡음이 증폭돼 들려 오히려 불편하다. 자신의 말소리가 울려서 들리는 것도 문제다. 하루 이틀 꼈는데도 이런 불편함이 지속되면 환자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을 속아서 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청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근 이비인후과의 김 원장은 “보청기 판매상이나 처방한 의사가 이 같은 환자의 불편함과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완전히 익숙해 질 때까지 도움을 줘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거의 모든 노인성 난청환자가 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보청기를 처방 받아 구매한 뒤엔 단계적으로 조용한 실내에서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고 너무 오랜 시간 무리하게 착용하지 말고 개 짖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등 잡음을 듣도록 노력하고 TV나 라디오 같은 전자 소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듣기 힘들기 때문에 포기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는 말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집 밖으로 나가 여러 가지 소리에 익숙해 지도록 노력할 것을 권했다.

보청기 익숙해지기 12 step

1. 처음에는 집에서 착용을 한다
2. 편안한 정도로만 착용한다.(너무 성급히 오래 착용하지 않는다)
3. 잘 아는 사람과 1대1 대화부터 시작한다.
4. 모든 말을 다 들으려 하지 않는다.
5. 주변소음으로 인한 방해에 실망치 않는다.
6. 소리를 통해서만 소리의 위치 파악을 연습해 본다.
7. 큰소리에 적응을 시도해 본다.
8. 말소리의 구분, 이해력을 증진시켜본다.
9.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본다.
10. 집에서 여러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 본다.
11. 여러 환경으로 점차 확대해 본다.
12. 대화 전략에 대해 수시로 전문의와 상의를 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